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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를 치르는 동물들 – 코끼리, 까마귀, 고래의 애도 행동

by 애니멀로그 2025. 5. 17.

‘죽음’을 인식하고 슬퍼하는 것은 인간만의 고유한 행동이라고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다양한 연구들은 일부 동물들도 죽음을 인식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애도하며 장례 의식을 치른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코끼리, 까마귀, 고래와 같은 고지능 동물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죽음을 둘러싼 행동은 매우 조직적이고 정서적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 글에서는 동물들의 애도 행동, 그것이 의미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장례를 치르는 동물들 – 코끼리, 까마귀, 고래의 애도 행동
장례를 치르는 동물들 – 코끼리, 까마귀, 고래의 애도 행동

1. 코끼리 – 조용한 애도의 대명사

코끼리는 오랫동안 ‘감정을 가진 동물’로 알려져 왔습니다.
특히 죽은 동료나 가족을 위한 행동은 다른 동물과 구별될 만큼 정교하고 상징적입니다.

 

죽은 코끼리를 중심으로 모이다

 

야생 코끼리 무리에서 개체가 죽으면, 다른 코끼리들이 그 주변에 모여 긴 시간 머물며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 자주 목격됩니다.
심지어는 죽은 코끼리의 뼈를 코로 쓰다듬거나 이리저리 옮기며 ‘관심’을 표현하는 행동도 발견됩니다.

이러한 행동은 무작위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 부위(두개골, 어금니 등)를 집중적으로 만지는 경향이 있어 학계에서는 이를
‘감정적 반응’이자 기억과 애도의 표현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진짜 장례 의식일까?

 

보츠와나와 케냐에서 진행된 관찰 연구에 따르면, 코끼리들은 죽은 동료의 장소를 기억하고 수개월 후에도 방문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의미 있는 장소로 인식하고 재방문하는 ‘추모 행동’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코끼리는 또한, 죽은 새끼를 버리지 않고 며칠간 끌고 다니며 울부짖는 어미 코끼리도 종종 목격됩니다. 이는 정서적 유대감과 상실감의 복합적 표현으로 이해됩니다.

 

2. 까마귀와 까치 – 죽음을 알리는 '새들의 장례식'

조류 중에서도 특히 까마귀류(까마귀, 까치, 까마귀매 등)는 죽음을 둘러싼 독특한 행동을 보입니다.
이들은 ‘지능 높은 새’로 유명하며, 사망 사건에 대한 집단적 반응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까마귀의 ‘경계 집회’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까마귀는 죽은 동료가 발견된 장소에 수십 마리가 모여드는 ‘집회’를 엽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경계 반응으로 여겨졌지만, 이 집회는 몇 시간 동안 이어지며,
소리 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조용한 시간을 공유하는 듯한 양상을 보입니다.

이러한 행동은 ‘장례식’으로 불릴 정도로 상징적인 모습을 띠고 있으며, 일부 연구자들은 이것을 위험 경고 + 사회적 애도 복합 현상으로 해석합니다.

 

학습과 정보 공유의 장

 

더욱 흥미로운 점은 까마귀가 죽음과 연관된 위험요인을 기억하고 경고음을 학습하는 능력입니다.
예컨대 사람이 까마귀를 해친 후, 까마귀 무리는 그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수년간 피하거나 공격하는 행동을 지속합니다.

이는 죽음이 개인의 사건을 넘어 ‘집단 학습’으로 전이되는 현상으로, 까마귀 사회 내에서 사회적 기억이 존재함을 시사합니다.

 

3. 고래 – 깊은 바다 속의 이별

고래는 인류가 가장 늦게까지 감정을 인식하지 못했던 동물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고래들의 다양한 행동이 기록되면서, 이들 역시 죽음을 인식하고 애도한다는 증거가 점차 늘고 있습니다.

 

죽은 새끼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어미

 

가장 많이 보고된 사례는 죽은 새끼를 머리나 등 위에 올리고 며칠간 바다를 떠돌아다니는 어미 고래의 행동입니다.
특히 범고래(Orca)와 혹등고래(Humpback Whale)는 이런 행동을 자주 보이며,
먹지도 않고 며칠간 이동하면서 새끼와 함께 수면 위에 머무는 모습이 관찰됩니다.

이는 명백히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 반응으로, 동물학자들은 이 행동을 ‘이별을 인정하지 못하는 애도’로 해석합니다.

 

소리로 전하는 감정

 

고래는 소리로 소통하는 대표적인 해양 포유류입니다.
죽음과 관련된 사건 이후, 고래 무리 간에는 특정한 저주파 울음(로우콜)이 더 자주 등장하거나 변화하는 경우도 있어
정서적 감정 표현을 소리로 전하는 방식이라는 분석도 존재합니다.

 

죽음을 기억하는 동물들, 그리고 우리가 배워야 할 것


동물들의 장례 행동은 여전히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들이 죽음을 단순한 사건으로 넘기지

않고 무언가를 느끼고 반응한다는 사실입니다. 코끼리는 기억과 애도의 몸짓으로, 까마귀는 사회적 경고와 추모의 집회로,
고래는 이별을 인정하지 못하는 정서적 유대로, 그들만의 방식으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본능을 넘어선, 공감과 기억, 사회성의 표현일 수 있으며, 우리가 ‘인간만의 고유성’이라 생각했던 감정들이

자연 속에서도 유사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반영합니다.
동물들의 애도 방식에서, 우리는 오히려 더 깊은 생명의 존엄과 관계의 본질을 배울 수 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