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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는 쓰레기장이 아니다 – 인간 쓰레기를 먹는 생물들

by 애니멀로그 2025. 5. 31.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 심해는 한때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미지의 영역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우리는 심해가 더 이상 ‘순수한 자연’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깊이 수천 미터 아래, 햇빛조차 닿지 않는 그곳에서조차
비닐봉지, 담배꽁초, 플라스틱 컵, 알루미늄 캔이 발견되고,
더 나아가 생물들이 그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하거나 실제로 섭취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심해에 버려진 인간쓰레기의 실태,
그에 반응하는 심해 생물의 적응과 위험,
그리고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해양 생태계 보전의 시급성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심해는 쓰레기장이 아니다 – 인간 쓰레기를 먹는 생물들
심해는 쓰레기장이 아니다 – 인간 쓰레기를 먹는 생물들

1. 수심 10,000m까지 도달한 쓰레기 – 심해 생태계 오염의 현실

‘깊은 곳일수록 깨끗할 것이다’라는 막연한 믿음과 달리,
심해는 이미 인간의 쓰레기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마리아나 해구에서 발견된 비닐봉지

 

2018년, 일본과 미국 공동 심해 탐사에서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마리아나 해구(10,898m)에서
완전히 형태를 유지한 비닐봉지 한 장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심해에서 발견된 가장 깊은 인간쓰레기로 기록되었으며,
‘심해조차 오염되고 있다’는 상징적인 경고가 되었습니다.

 

해양 쓰레기 중 94%가 바닷속에 침전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1,1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며,
그중 단 1%만이 수면 위에 떠 있고,
나머지 대부분은 중층 또는 해저로 가라앉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류와 중력, 부력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인해
플라스틱, 유리, 금속, 의류섬유까지 다양한 쓰레기가 심해로 밀려들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 모든 심해 탐사에서 쓰레기 발견

 

  • NOAA, JAMSTEC, IFREMER 등 각국 해양탐사기구가 시행한
    기준 수심 2,000m 이상 탐사 100%에서 인공 쓰레기 발견
  • 일본 근해에서는 플라스틱을 삼킨 심해 어류 35% 확인
  • 알루미늄 캔이나 합성섬유에 박테리아 군집이 형성된 사례도 존재

2. 쓰레기를 먹이로 인식한다 – 심해 생물의 잘못된 적응

심해 생물들은 어두운 환경에서 주로 감각기관, 화학수용기, 전기수용기를 통해 먹이를 인식합니다.
그러나 인간쓰레기의 성분, 색, 촉감이 자연 먹잇감과 유사해 착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비닐을 먹이로 착각하는 심해 어류

 

  • 그레넬 상어, 딥시 랍스터, 심해 열수구 생물에서
    비닐, 나일론, 고무, 합성섬유 섭취 사례 다수 보고
  • 플라스틱 필름을 해파리로 오인 → 흡입
  • 섭취한 쓰레기는 소화불량, 장폐색, 내부 출혈 유발

또한 일부 생물은 플라스틱을 소화된 유기물로 오인하고 포식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이는 섭취만이 아니라 생존 전략 자체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미세플라스틱이 먹이사슬에 침투

 

  • 크릴, 아메바, 플랑크톤 등 하위 생물부터
    미세플라스틱(5mm 이하)을 섭취
  • 이를 먹은 물고기 → 상위 포식자 → 인간에게 전이
  • 심해 먹이사슬까지 오염됨은 최근 연구에서 확정됨

특히 심해 생물은 대사 속도가 느리고 배출 능력이 낮아
한 번 축적된 미세플라스틱이 수년간 배출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축적될 수 있습니다.

 

3. 쓰레기를 받아들이는 생물들? – 공생 아닌 위기의 진화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일부 심해 생물들이
쓰레기 위에 서식하거나, 그 속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테리아와 플라스틱의 공생?

 

  • 일부 플라스틱 표면에 세균, 원생동물, 해양 미세조류가 부착되어
    일종의 ‘플라스티스피어(plastisphere)’ 형성
  • 이는 생물 다양성의 한 형태이지만,
    플라스틱 분해 과정에서 유독성 화합물 발생 가능성 존재

또한 플라스틱 위에 붙은 생물이
다른 해역으로 이동할 경우, 비토착종 확산(생물 교란)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쓰레기 위에서 사는 새우, 게, 연체동물

 

  • 알루미늄 캔 안에서 번식하는 해양 새우 발견
  • 폴리에스터 천 위에 서식하는 해삼, 해면류 보고
  • 쓰레기 내부 공간을 ‘은신처’로 사용하는 물고기 무리

이는 겉으로 보기엔 적응 같지만,
실제로는 쓰레기에 의존한 비정상적 생존 방식이며,
생태계가 인간 활동에 의해 왜곡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심해는 마지막 자연의 보루다

 

심해는 지구에서 가장 깊고 오래된 생태계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인간이 만든 쓰레기로 생물들은

형태와 행동을 바꾸고 있습니다. 심해 생물이 쓰레기를 섭취하거나 서식처로 사용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지구의 가장 깊은 곳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경고입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보이지 않으니까 괜찮다’는

안일한 태도를 버려야 합니다. 심해가 보여주는 적응은 진화가 아니라 비정상적인 생존 반응이며,
그 결과는 결국 인류 자신에게 되돌아올 문제입니다. 심해를 다시 자연의 품으로 되돌리기 위해,
우리는 지금 쓰레기 사용과 해양 오염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