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는 ‘탐지견’ 하면 마약, 폭발물, 실종자 수색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탐지견이 또 다른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바로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구하는 역할입니다. 인간의 눈으로는 찾기 어려운 동물의 흔적을, 개의 후각으로 추적하는 것이죠.
1. 탐지견, 환경 보호의 최전선에 서다
탐지견은 오랫동안 경찰과 군대에서 활약해왔지만, 최근에는 환경보호 현장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뛰어난 후각 능력과 훈련된 행동 제어력 덕분에 인간이 탐지하기 힘든 냄새를 분별해낼 수 있죠.
후각 능력, 인간의 10만 배 이상
개의 코에는 약 3억 개의 후각 수용체가 있습니다. 인간이 약 5백만 개인 것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수치죠.
이 덕분에 개는 동물의 배설물, 체취, 털, 심지어 알이나 둥지의 미세한 냄새까지도 탐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이 바로 멸종 위기 동물 탐지에 활용되는 핵심 기술입니다.
어디에 사용될까?
후각 탐지견은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 멸종 위기 야생동물의 서식지 조사
- 밀렵 흔적이나 불법 거래 감지
- 동물의 분변이나 털을 통한 개체 수 파악
- 침입 외래종 탐지 및 생태계 보호
전통적인 방식보다 시간도 절약되고, 정확도도 훨씬 높기 때문에 환경 NGO, 국가기관, 동물보호 단체 등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2. 동물을 지키는 동물 – 세계의 후각 탐지견 사례
후각 탐지견은 미국, 호주, 아프리카, 유럽 등에서 다양한 종의 보호에 투입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시아 국가에서도 활용이 늘고 있습니다. 다음은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탐지견 사례들입니다.
코끼리의 수호자, 아프리카의 탐지견 팀
아프리카에서는 코끼리 밀렵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어 왔습니다. 코끼리 상아는 여전히 불법 거래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케냐의 '올페제타 보호구역'에서는 탐지견이 코끼리 상아 냄새를 추적해 밀렵꾼의 은신처를 발견하고, 불법 행위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코알라 탐지견 '베어(Bear)'
호주의 대형 산불은 코알라 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했습니다. 코알라는 숲에 서식하며, 인간이 직접 발견하기는 매우 어렵죠.
이때 투입된 탐지견 ‘베어’는 불탄 지역에서도 살아남은 코알라의 냄새를 추적해 구조 활동을 지원했습니다. 이 공로로 2021년 국제 동물보호단체 PDSA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올빼미, 늑대, 두꺼비까지… 다양해지는 적용 대상
캐나다에서는 희귀종 부엉이의 서식지를 찾기 위해 탐지견을 투입했고, 미국 워싱턴주에서는 늑대의 배설물로 개체군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멸종 위기의 수생 두꺼비 종(Sand Lizard)을 보호하기 위해 탐지견이 둥지를 탐지하고 있죠.
이처럼 후각 탐지견은 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멸종 위기 생물을 보호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3. 국내에는 왜 없는가? 후각 탐지견의 가능성과 과제
이처럼 해외에서는 환경보호에 탐지견을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며, 앞으로의 가능성은 어떻게 될까요?
한국의 후각 탐지견 활용 현황
현재 한국에서 탐지견은 대부분 공항 검역, 마약 탐지, 폭발물 탐지 용도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한 전문 훈련 탐지견은 드물고, 이들을 훈련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나 프로그램도 부족한 실정입니다.
또한 한국은 국토 면적 대비 개발이 집중돼 있어 탐지견을 운영할 만한 넓은 생태조사 구역이 부족하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존재합니다.
미래 가능성 – 국립공원, DMZ, 섬 지역 활용
하지만 가능성은 있습니다. DMZ와 강원도 산림지대, 제주도의 오름과 숲은 야생 생물 보호의 핵심 구역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곳에서 탐지견을 활용한 정밀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미발견 멸종위기종이나 숨은 개체군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도 조련견 전문가, 수색견 훈련소, 반려동물 행동 전문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만큼, 생태 탐지견 분야로의 확장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탐지견은 또 다른 지구 수호자
후각 탐지견은 단순히 사람을 돕는 존재를 넘어, 이제는 지구의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파트너로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생명’을 찾아내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생태계의 위기를 알려줍니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이 특별한 능력을 가진 생명체들이, 더 많은 생명을 지켜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후각 탐지견, 그들은 말없이 행동하는 생태계의 히어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