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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생물은 ‘두뇌’ 없이 판단할 수 있을까? – 신경 없는 생명체들의 생존 본능

by 애니멀로그 2025. 5. 30.

우리 인간은 ‘생각’과 ‘판단’을 뇌에서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뇌가 없으면 판단도 행동도 불가능하다고 여기죠.
하지만 바다 깊은 곳, 특히 심해 생물들 중 상당수는 명확한 ‘두뇌(brain)’ 없이도 복잡한 행동을 수행합니다.

이 생물들은 신경절(ganglia)이라는 분산된 신경망, 혹은 화학적 반응만으로
포식자를 회피하거나 먹이를 포착하고,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뇌 없는 심해 생물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환경에 적응하는지,
그 메커니즘과 과학적 해석, 그리고 인공지능과의 유사성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심해 생물은 ‘두뇌’ 없이 판단할 수 있을까? – 신경 없는 생명체들의 생존 본능
심해 생물은 ‘두뇌’ 없이 판단할 수 있을까? – 신경 없는 생명체들의 생존 본능

1. 두뇌 없는 생물, 생각이 불가능할까? - 신경절과 분산형 인지

두뇌가 없다는 것은 뇌세포가 없다는 것이지,
모든 형태의 신경 활동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심해에는 ‘두뇌’ 없이도 정보를 처리하는 놀라운 생명체들이 존재합니다.

 

신경절이란 무엇인가?

 

  • 신경절(ganglion)은 신경세포(뉴런)가 모여 있는 작은 ‘판단 유닛’
  • 고등한 뇌 대신 각 부위에 분산되어 있음
  • 입력 → 처리 → 출력 과정을 간단하게 수행 가능
  • 대표 생물: 불가사리, 해삼, 해파리, 히드라, 일부 플랑크톤류

예를 들어, 불가사리는 중앙 뇌 없이 다섯 개의 팔마다 신경절을 가지고
팔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유기체처럼 행동합니다.

이는 인간의 뇌와 달리 ‘분산형 신경계’라고 불리며,
동시에 여러 방향에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독특한 구조입니다.

 

두뇌는 없지만 판단한다

 

심해에 서식하는 해파리나 히드라류는
먹이를 감지하면 방향을 틀고, 독소를 분비하고, 빠르게 수축하는 행동을 보입니다.
이러한 행동은 다음과 같은 반응 메커니즘을 통해 발생합니다:

  • 화학적 자극: 먹이에서 나오는 특정 물질에 반응
  • 기계적 자극: 접촉 신호 → 근육 수축 유도
  • 빛 자극 감지(광수용체): 수심 변화에 따라 위아래로 이동

즉, 환경 자극에 대해 고도로 정돈된 반응을 보이는 것이죠.
이는 ‘생각’이라기보다는 ‘조건반사적 의사결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2. 판단의 기준은 무엇인가? – 인공지능과 비슷한 작동 방식

‘판단’이란 무엇일까요?
무언가를 인지하고, 그에 따라 행동을 바꾸는 능력이라면,
사실 많은 심해 생물들이 이 과정을 뇌 없이도 수행합니다.

이 메커니즘은 오늘날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면을 지닙니다.

 

센서-피드백 시스템

 

AI 로봇이 특정 감지 센서로 데이터를 받고
프로그래밍된 알고리즘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듯,
심해 생물들도 감각기관과 화학신호를 통해 행동을 결정합니다.

예:

히드라: 먹이 냄새 감지 → 몸 수축 → 소화 효소 분비

해파리: 접촉 감지 → 쏘는 촉수 발사 → 먹이 포획

이들의 행동은 전통적인 의미의 사고 과정 없이도
‘신호 – 판단 – 반응’ 구조를 완성합니다.

 

단백질 회로 기반의 행동 결정

 

최근 연구에서는 일부 무척추동물들이
단백질 조합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는 생화학 회로를 사용한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 특정 조건에서 단백질이 신경전달물질 역할 수행
  • 이 물질들이 근육 수축, 방향 전환, 체형 변화 등을 유도
  • 이는 ‘세포 기반 미니 두뇌’처럼 작동

즉, 이들은 화학적 연산 시스템을 이용해 환경 정보를 처리하고 반응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생화학 기반의 ‘자연형 인공지능’으로도 이해될 수 있습니다.

 

3. 지능 없는 존재가 지능적인 행동을 한다 – 우리가 배워야 할 생존 방식

심해 생물은 인간처럼 생각하지 않고,
로봇처럼 정교한 시스템도 갖고 있지 않지만,
자신의 환경에 맞는 최적의 생존 전략을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시켜 왔습니다.

 

생존은 반드시 뇌가 필요하지 않다

 

심해의 극한 환경에서는 에너지 절약이 생존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두뇌와 같은 복잡한 기관 없이도
생존에 필요한 기능만 유지하는 ‘극한 최적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예:

  • 해파리: 대부분 물로 구성되어 매우 낮은 에너지 소비
  • 히드라: 상시 세포 재생 → 생물학적으로 노화가 거의 없음
  • 유충 플랑크톤류: 광수용기만 가지고 수직 이동

이들은 자신만의 ‘지능’ 없이도 생태계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살아남습니다.

 

우리가 오히려 배워야 할 것

 

두뇌 없는 생물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인류에게 영감을 줍니다:

  • 단순함이 최고의 적응력일 수 있다
  • 생명은 다양한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
  • 분산된 처리 시스템이 유연하고 효율적이다

이는 생체모방 로봇, 저전력 AI, 분산 컴퓨팅 시스템 개발에 있어
중앙 집중형 사고를 넘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생각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다

 

심해 생물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두뇌 중심의 사고’를 완전히 뒤엎습니다.
그들은 두뇌 없이도 움직이고, 반응하며, 판단하고, 심지어는 공생 관계까지 형성합니다.

‘지능’이란 뇌가 있어야만 가능한 걸까요?
아니면, 뇌 없이도 충분히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이 있을까요?

심해 생물의 세계는 생각이 없어도 기능할 수 있는 생명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지능’이라 부르는 개념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