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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한 번 먹는 상어? – 먹이 없이 버티는 심해 포식자

by 애니멀로그 2025. 5. 26.

“상어는 끊임없이 먹이를 찾아 헤맨다”는 이미지와 달리,
심해에 사는 상어들은 전혀 다른 생존 전략을 택하고 있습니다.
먹이도 적고 빛도 없는 그곳에서 일부 상어는 몇 달, 혹은 1년 이상 먹이 없이 생존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거대한 고래 사체를 한 번 먹고 수개월을 버티기도 하죠.

이번 글에서는 먹이 없이 장기간 생존하는 심해 상어의 생리학,
그들이 선택한 극단적 전략과 진화적 배경,
그리고 우리가 배워야 할 지속 가능한 생존의 지혜까지 살펴보겠습니다.

 

1년에 한 번 먹는 상어? – 먹이 없이 버티는 심해 포식자
1년에 한 번 먹는 상어? – 먹이 없이 버티는 심해 포식자

1. 심해 상어는 어떻게 배고픔을 견딜까? – 느림, 효율, 인내의 기술

심해 상어들은 대개 수심 500~2,000m의 어두운 환경에서 살아갑니다.
햇빛은 전혀 닿지 않고, 물속 온도는 차갑고, 먹잇감도 풍부하지 않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빠르고 날렵한 상어가 살아남기란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정반대의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낮은 대사율 = 에너지 절약의 시작

 

심해 상어들은 대부분 대사율이 매우 낮습니다.
즉, 에너지 소비가 적기 때문에
한 번 섭취한 음식으로도 장기간 생존이 가능합니다.

예:

  • 그린란드상어(Greenland shark)는 체온과 대사 속도가 낮아
    한 번 먹으면 몇 개월간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활동 가능
  • 태평양 슬리퍼 상어(Pacific sleeper shark)도 유사한 에너지 전략 사용

느림은 생존 전략이다

 

심해 상어의 특징은 움직임이 느리다는 점입니다.
이동 속도는 일반 상어의 1/10 수준이지만,
이 느림 덕분에 근육과 장기에서의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기회가 오면 확실하게 먹는다’는 전략으로,
빠르게 사냥하기보다는 죽은 고래 사체나 약한 생물을 노려
오랜 시간 생존합니다.

 

무기력한 듯한 감각 시스템

 

심해 상어는 시각 대신 전기 감지 기관(로렌치니 기관)에 의존하여
빛이 없는 환경에서도 먹이의 위치를 파악합니다.

이런 감각 체계는 짧은 거리에서 매우 정확한 먹이 탐색이 가능하도록 진화했으며,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 없이 필요한 순간에만 반응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2. 고래 사체 하나면 몇 달 생존 – 심해 생태계의 ‘사체 먹는 상어들’

심해 생물들은 먹이를 찾는 것이 어려운 만큼,

‘한 번에 많이 먹고 오랫동안 버티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사례가 고래 사체를 이용한 생존 방식입니다.

 

고래가 죽으면, 심해는 잔칫상

 

고래 한 마리의 사체는 수백 킬로그램에서 수 톤에 이르는 생물량을 제공합니다.
이 사체는 수년간 여러 생물에게 서식지와 먹이를 제공하는
‘고래 낙하(whale fall)’라는 현상을 만듭니다.

이때 가장 먼저 도착하는 생물 중 하나가 바로 심해 상어입니다.

 

고래 낙하를 노리는 심해 상어의 행동

 

  • 과거 영상 탐사에서 그린란드상어와 슬리퍼상어가
    죽은 고래를 수주 간 뜯어 먹으며 머무는 장면이 관찰됨
  • 일부 상어는 사체에서 떨어진 조직을 발로 잡고, 천천히 당겨 먹는 모습을 보임
  • 관찰된 바에 따르면 한 번 사체를 먹고 최대 9개월 이상 먹이를 섭취하지 않음

이들은 빠르게 움직이지 않기에 고래의 부패 속도와 상관없이 꾸준히 천천히 소화하며,
그 에너지를 극도로 효율적으로 저장하여 사용합니다.

3. 과학과 기술이 배우는 느림의 지혜 – 지속 가능한 생존 모델

심해 상어의 생존 전략은 단순한 생물학적 특성을 넘어서,
인간의 기술과 생태 패러다임에 깊은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시스템

 

심해 상어는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한의 생존을 구현합니다.
이는 저전력 기계, 장시간 작동 센서, 우주 탐사 로봇 등의
지속적인 작동이 필요한 기술 설계에 모티브가 됩니다.

예:

  • 심해 로봇에 적용되는 ‘슬로우-모션 모드’
  • 자율 탐사 드론의 ‘대기 모드’는 심해 상어의 느린 대사 시스템을 본떠 설계됨

환경 보존과 연결되는 생존 모델

 

인간 사회는 빠르고 많은 소비를 추구해왔지만,
심해 상어의 생존 방식은 적게 소비하고 길게 지속하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이는 기후 위기, 식량 부족, 에너지 고갈 등의 문제에 직면한 현대 사회에서
‘과소 소비의 미학’, ‘생태적 절제’의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심해 상어는 해양 사체 처리를 자연스럽게 도와주는 분해자 역할도 수행하며,
바다 생태계의 영양 순환에 핵심적 기여를 합니다.

 

느림과 절제가 만든 생존의 명작

 

심해 상어는 우리에게 극단적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진짜 기술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그들은 빠르지도, 강하지도 않지만 그 어떤 포식자보다 오래 살아남습니다.

1년에 한 번 먹이를 먹고도 생존할 수 있는 그들의 몸은 자연이 수백만 년에 걸쳐 완성한 생존 장치입니다.

우리는 이 느림 속에서 생태적 균형, 기술의 지속 가능성, 그리고 생명의 강인함을 배울 수 있습니다.
빠름만이 정답이 아닌 시대, 심해 상어는 ‘조용한 강함’의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